[먹고 싶어 2] 2회만에 룰 변경.. 떡국 먹고 노트르담드파리 보다 ├ 나, 이거 먹고 싶어

ㅇ 일시 : 2012년 2월 15일 수요일
ㅇ 장소 : 광화문 새봄 떡국·국수 & 세종문화회관
ㅇ 컨셉 : 공연 보러 가는 길


뭐가 그리 바쁜지...
3주가 지난 시점에서야 아이폰에 담아두었던 사진 이미지를 옮겨담았다.
진정 업무 폭주 기간으로 개인적으로 책 한 권 펼치지 못하고 심지어 블로그 포스트는커녕 페이스북에 짧은 글 한 줄 달기도 버겁다.

'나, 이거 먹고 싶어' 이벤트 시행 2회 만에 원칙이 바뀌었다.
써니가 식당과 메뉴를 정하고 내가 '쏠' 차례였으나, 발렌타인데이를 핑계로 공연 이벤트로 바뀌었다.
세간의 표준 룰에 따르면 여자사람이 남자에게 뭔가를 주는 날인 걸로 알고 있으나, 써니는 발렌타인데이 주간에 매장에서 고생을 할 것이기 때문에 내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다행스러운 것은 연말정산을 따져보니 꽤 쏠쏠한 금액이 보너스마냥 들어올 게 예상되었고-사실 그 돈은 내가 작년에 무지막지한 세금으로 포탈당한 금액의 일부이긴 하다-, 그래서 흔쾌히 써니가 노래노래 부르던 '노트르담드파리'를 보기로 했다.
'나, 이거 보고 싶어'로 바뀌는 순간이다.
써니가 공연을 정하고, 내가 쏜다.
좋은 자리에서 봤으면 하는 소원을 말하기에 무리해서 S석 바로 옆의 R석으로 예매해 둔다.




며칠 따뜻하더니만 찬바람이 불던 날이다.
써니는 일찌감치 광화문에 나와서 교보문고에 들러 매장에서 틀 음반 몇 개와 읽을 책 몇 권을 사며 기다리고 있다. 업무 회의를 진행하다가 중간에 접고 칼퇴근해서 달려갔으나 7시 언저리에 겨우 도착한다. 다이어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어서 다이어리 하나를 사준다.

명색이 '나, 이거 먹고 싶어' 이벤트 날이니 뭔가 이 동네에서 괜찮은 것을 먹어야지 싶었으나, 시간이 촉박하다.
유럽의 향취를 즐기며 간만에 '뽀모도로'나 가볼까 했으나 추운 날씨에도 대여섯 팀의 커플이 매장 밖으로 줄을 서 있다. 추억의 '광화문집'에 가서 김치찌개에 계란말이를 먹을까 하고 골목길을 타고 들어갔으나 그곳도 역시 문전성시. 좀 일찍 도착했더라면 '일품당'에 가서 샤브샤브를 사달라고-공연을 내가 쐈으니 저녁은 써니가 쏴야 형평성에 맞다- 하려고 했으나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

그렇게 잠시 헤매다가 발견한 것이 '새봄-떡국·국수' 집이다.
'떡국을 먹으면 부자가 되고 국수를 먹으면 장수한다'고 씌여 있다. 아마도 떡국 모양이 동전 비슷한 느낌을 주고, 국수 면발이 길기 때문에 붙인 상징일 것 같다.
자리가 복잡하지 않아서 여기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가자며 들어선다.



내부 분위기가 깔끔하다.
왠지 일본인 관광객들이 좋아할 스타일이다.
요새 매번 동네 식당만 다녀서인지 정갈하고 깔끔한 곳에 들어서면 새 세상에 온 것 같다.

메뉴판을 보니 상호명 그대로 떡국과 국수만 취급한다. 떡국은 7천원에서 1만2천원 사이, 국수는 5천원에서 8천원 사이로, 요즘 식당들 시세로 봤을 때 적당한 가격대이거나 살짝 비싼 느낌이다. 사대문 중앙에 있는 음식점임을 고려해 보면 사실 괜찮은 가격대일 것 같은데, 시내 출입을 거의 하지 않다보니 물가 개념이 없다.(수원 파견 중에 단골 거래를 했던 백반집이 한 끼 4천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척 비싸다.)

닭고기 떡국을 시켰다.
음식은 개인별로 1인용 쟁반에 담겨 나온다. 김치, 장조림, 무말랭이, 동치미국... 반찬을 오밀조밀하게 담았다.
순간 몇 달 전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간호사로부터 건네받았던 병원밥상을 떠올리고 말았다. 외식 문화에 적응 못하고 있다.


잔맛 없이 깔끔하다. 표현이 그렇지만 정말 병원밥 같다. 맵고 짠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는 말이다.
시장했던 상태였는지 공기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지만 주변 사람들 그 누구도 공기밥을 얹어먹는 사람이 없어서 눈치를 보다가 포기했다. 공연 시작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던 탓도 있고...
안주와 주류 일체도 취급하는 것 같으나, 술을 즐기는 팀은 거의 없이 식사 위주의 분위기다.
써니의 카드로 계산하고 나왔다. 부부끼리 재정이 분리되어 있어서 이런 계산은 칼같이 해야 한다.
참고로 이곳 웹사이트 주소는 http://www.se-bom.com/ 이다.


칼바람을 뚫고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트르담드파리'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영어 버전 공연이다.
http://notredamedeparis.co.kr/ 공식 사이트 링크인데, 임시 운영하다가 폐쇄될 수도 있는 링크이지만 남겨둔다.


비운의 주인공 콰지모도 역에는 맷 로랑, 세 남자의 영혼을 뒤흔드는 치명적 매력을 가진 에스메랄다 역에는 캔디스 파리즈, 주교의 신분과 이성에 대한 열정 사이에서의 갈등을 열연한 프롤로 주교 역에는 로베르 마리엥, 약혼녀는 물론 에스메랄다마저도 사랑에 빠지게 하고 마는 페뷔스 근위대장 역에는 스테판 웹, 거리의 시인 그랭구아르 역에는 데니스 텐 베르헤르트, 에스메랄다 보호자인 끌로팽 역에는 이안 카를릴, 페뷔스의 약혼녀인 플뢰르 드 리스 역에는 릴리 제인 영이 열연을 하였다.

역시 감동 그 자체였다.
가슴까지 파고드는 노래,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율동과 움직임, 세심한 곳까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무대 연출...
처음에는 계속 앞좌석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한글 자막과 매치하면서 보느라 눈움직임이 어수선했지만, 자막을 대충 포기하고 무대에 집중하고 나니 훨씬 더 나았다. 애초부터 그럴 걸 하는 후회가... 어차피 자막은 DVD를 구해서 보면 되었을 텐데 싶은...

공연이 끝나고 한참을 서서 박수를 쳤고, 커튼콜을 하는 동안 벌써부터 아쉬워졌다.
언젠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파리를 가게 되면 이 공연을 꼭 찾아서 다시 보리라, 써니와 다짐했다.



페이스북에 짧게 소감을 올렸었다.

태어나서 사랑이라는 것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콰지모도,
성직자로서 인간 본연의 욕망마저도 갈등해야만 했던 프롤로,
약혼녀가 있음에도 마음의 끌림을 억제할 수 없었던 페뷔스...

공교롭게도 비운의 여인 에스메랄라로부터 시작된 큐피트의 화살은 이렇게 쪼개져 서로 상반된 남자의 가슴에 박혀 사랑에 병들게 하더군요.
눈물겹도록 안타까운 음악과, 격동적인 춤과, 정교한 무대세팅... 모두 너무 황홀했습니다.

라고...

공연을 본 후 며칠 동안 계속 흥얼거리고 다녔던 'Belle' 영상을 링크 걸어둔다.

http://youtu.be/91FtPTL57aE



다음 '나, 이거 먹고 싶어' 이벤트는 이번 주 수요일(그러니까 내일 모레)이어야 하지만, 써니님 탄신주간으로 금요일 저녁을 하시겠단다. 역시 변칙 운영으로 써니가 고르고 내가 쏴야 할 듯.
부디 금요일 저녁 약속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없길 바라며...
(요즘 토요일 일요일 없이 일하다 보니 요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지만, 그래도 제발 그 날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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