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 서둘러 퇴근하고 대학로로 나섰다.
수지에서 혜화역으로 향하는 써니와 휴대폰으로 접선을 하면서, 막히는 도로를 달려 겨우겨우 간단히 저녁 먹을 수 있는 시간을 남긴 채 도착.
방송통신대학 옆길을 따라 들어가면 자리잡고 있는 '루나틱 전용관'에서 'Jazz 루나틱'을 보기로 했다.
이번 공연 감상 역시 늘 내게 문화기운을 충전시켜 주시는 M.P.R. 님의 도움이 컸다.
'루나틱(Lunatic)'.
제정신이 아니라는 뜻의 단어다. 정신이상, 정신병자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원래 달의 기운을 많이 받다보면 미친다고 하는데, 사이코(psycho)처럼 왠지 혐오스럽거나 엽기적인 느낌은 아니고 다소 우스꽝스럽게 정신줄을 놓은 듯한 뉘앙스다.
'재즈'가 앞에 붙어있는 것은, 이 공연 이전에 있었던 창작 뮤지컬 루나틱(2003년~) 버전을 올 여름에 재즈 뮤지컬 풍으로 새로 각색해서 선보였기 때문. 7월부터 무대에 올려서 성황리에 공연중이다.
원작은 닐 사이먼(Neil Simon)의 연극 '굿 닥터'이며, 황선영씨가 원작 각색을 맡았다고 한다.
유명한 개그맨 출신 백재현씨가 연출 및 극작을 하여 그의 코믹한 감각이 여기저기 배어 나온다.
오리지널 버전도 그러했듯이, 이번 버전도 롱런 & 히트할 것으로 보인다. 루나틱 전용관에서 기한 없이 Open Run~.

더블 캐스팅으로 진행되며, 9일 공연 출연진은 위와 같이 안내되어 있어서 메모 차원에서 한 컷 찍어두었다.
안내 내용 중 보조의사 역으로 김송아씨가 출연하는 걸로 되어 있었는데, 정작 그 날 공연에서는 오영은씨가 출연한 걸로 보인다.
6명의 출연진이 각자 자신의 메인 캐릭터를 선보이는 한편, 상황에 따라서는 보조 캐릭터 역할로 출연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1인 다역은 어색하지 않고 맛깔스럽다. 특히 고독해 여사의 능수능란한 변신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할 수 있을 듯.
ㅇ 굿닥터 : 정신병원 주치의. 언제나 따스한 시선과 포옹으로 환자들을 이해하고 조언을 던진다. 가수의 꿈을 접고 의학의 길로 접어들었던 아픔이 있지만, 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는 그녀의 모습은 멋지게 새겨진다. 차분한 듯 하면서 들뜨기도 하고, 정숙한 듯 하면서 요염하기도 한 굿닥터의 역할은 이진희씨가 맡았다.
ㅇ 나제비 : 그가 목표로 정한 여자는 어떻게든 넘어오게 되어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선수 캐릭터. 그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는 여자를 낚기 위한 미끼에 불과할 뿐이었는데, 결국 그 미끼에 자신이 걸려버리고 만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가까이해서는 안 될 사람에 대한 사랑. 아픈 사랑의 추억을 간직한 채 이곳에 오게 된 얄밉고 짓궂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나제비 역할은 이기형씨가 맡았다.
ㅇ 고독해 : 고학생 남편을 대학교수까지 만들면서 평생 뒷바라지했으나, 여자 일생에 전부라고 할 수 있던 남편이 장기간 투병을 하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혼자 버려졌다. 혼자됨을 인정하지 못하는 그녀, 여전히 남편의 추천장을 받으러 동분서주하고,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독한, 고집불통의, 주위 신경 안 쓰는, 오직 남편이면 남편, 자식이면 자식 밖에 모르는 캐릭터는 우리 주변의 어머니들을 닮았다. '밥하고 빨래하고 설겆이하고 화병에 물주고 햇볕 쪼이고~' 그런 일상을 코믹하게 그려준 고독해 역할은 김세진씨가 맡았다.
ㅇ 무대포 : 자손 귀한 집안의 4대 독자. 스무살이 되자마자 결혼해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도 역시 딸랑 아들 하나를 얻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은 '자손 번성'에 있다고 생각하였는지, 아들의 열여덟 살 생일 선물로 사창가에 방문한다. 결국 잘못된 조기교육(!)의 결과로 아들은 에이즈에 걸려 곁을 떠나고 만다. 조금은 장난스럽게, 나름대로는 기발하고 특별한 선물이라고 생각했던 게 너무 엉뚱한 결과를 낳고 만다. 큰 덩치로 무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좋은 연기를 선보인 무대포 역할은 미스터 축협 배성호씨가 맡았다.
ㅇ 정상인 : 본인이 왜 정신병원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며 계속 퇴원하겠다고 하지만, 알고보니 그도 만만찮은 과거를 가지고 있다.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알게 되는 그의 아픈 기억들. 피해의식 때문일까? 자꾸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상황을 오해하고 사건을 만들었던 그였다. 입 밖으로 꺼낸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신 역시 이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TV 드라마 '왕과 나'에서 섬뜩할 정도로 광기 어린 연산군 역할을 맡았었던 정태우씨가 출연한다.
ㅇ 보조의사 : 굿닥터의 치료활동과 환자들의 '집단발표'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입원환자가 아니다 보니 특별한 과거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캐릭터의 비중은 적지만, 눈에 띄지 않은 곳에서 꾸준히 다른 캐릭터로 요소요소 변신하면서 극의 진행을 돕는다. 이 역할은 오영은씨가 맡았다.

'어차피 세상은 미친 거야 루나틱 락엔롤'을 함께 부르며 2시간에 걸친 공연은 막을 내린다.(공연 분량이 길다보니 잠깐의 인터미션이 주어질 정도다.)
작품이 주고자 했던 의도는 '사람들은, 그리고 세상은 모두 미쳤다. 그리고, 미쳤다는 걸 인정하면 행복해진다.'일 듯 하다.
스스로를 미친 놈이라고 인정할 수 없지만, '미치다'라는 말이 '정상이 아니다', '보통 상식과 다르다' 등의 의미라면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씩은 미쳐 있는 게 맞을 것 같다. 일에, 돈에, 사랑에, 운동에, 취미생활에, 모두들 어느 정도는 정상을 벗어난 광기에 가까운 집착 혹은 회피를 보이는 게 상식일 듯. 사실 도대체 그 기준이 되는 '정상'이 뭔지도 모르겠다.
요즘 상태가 그닥 정상은 아닌데, 저런 병원 있으면 단기간이라도 입원해서 '집단발표'를 통해 진단도 받아보고 춤추고 노래하고 어울리며 치료받고도 싶다. 그 속에서 혹시 내가 모르고 있는, 내가 인정하지 않고 있던 나의 모습이 어디선가 보여질지도 모르니까.
그냥 확 미쳤다고 인정해 버리고 드러누울까 보다.
수지에서 혜화역으로 향하는 써니와 휴대폰으로 접선을 하면서, 막히는 도로를 달려 겨우겨우 간단히 저녁 먹을 수 있는 시간을 남긴 채 도착.
방송통신대학 옆길을 따라 들어가면 자리잡고 있는 '루나틱 전용관'에서 'Jazz 루나틱'을 보기로 했다.
이번 공연 감상 역시 늘 내게 문화기운을 충전시켜 주시는 M.P.R. 님의 도움이 컸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뜻의 단어다. 정신이상, 정신병자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원래 달의 기운을 많이 받다보면 미친다고 하는데, 사이코(psycho)처럼 왠지 혐오스럽거나 엽기적인 느낌은 아니고 다소 우스꽝스럽게 정신줄을 놓은 듯한 뉘앙스다.
'재즈'가 앞에 붙어있는 것은, 이 공연 이전에 있었던 창작 뮤지컬 루나틱(2003년~) 버전을 올 여름에 재즈 뮤지컬 풍으로 새로 각색해서 선보였기 때문. 7월부터 무대에 올려서 성황리에 공연중이다.
원작은 닐 사이먼(Neil Simon)의 연극 '굿 닥터'이며, 황선영씨가 원작 각색을 맡았다고 한다.
유명한 개그맨 출신 백재현씨가 연출 및 극작을 하여 그의 코믹한 감각이 여기저기 배어 나온다.
오리지널 버전도 그러했듯이, 이번 버전도 롱런 & 히트할 것으로 보인다. 루나틱 전용관에서 기한 없이 Open Run~.

더블 캐스팅으로 진행되며, 9일 공연 출연진은 위와 같이 안내되어 있어서 메모 차원에서 한 컷 찍어두었다.
안내 내용 중 보조의사 역으로 김송아씨가 출연하는 걸로 되어 있었는데, 정작 그 날 공연에서는 오영은씨가 출연한 걸로 보인다.
6명의 출연진이 각자 자신의 메인 캐릭터를 선보이는 한편, 상황에 따라서는 보조 캐릭터 역할로 출연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1인 다역은 어색하지 않고 맛깔스럽다. 특히 고독해 여사의 능수능란한 변신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할 수 있을 듯.
ㅇ 굿닥터 : 정신병원 주치의. 언제나 따스한 시선과 포옹으로 환자들을 이해하고 조언을 던진다. 가수의 꿈을 접고 의학의 길로 접어들었던 아픔이 있지만, 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는 그녀의 모습은 멋지게 새겨진다. 차분한 듯 하면서 들뜨기도 하고, 정숙한 듯 하면서 요염하기도 한 굿닥터의 역할은 이진희씨가 맡았다.
ㅇ 나제비 : 그가 목표로 정한 여자는 어떻게든 넘어오게 되어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선수 캐릭터. 그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는 여자를 낚기 위한 미끼에 불과할 뿐이었는데, 결국 그 미끼에 자신이 걸려버리고 만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가까이해서는 안 될 사람에 대한 사랑. 아픈 사랑의 추억을 간직한 채 이곳에 오게 된 얄밉고 짓궂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나제비 역할은 이기형씨가 맡았다.
ㅇ 고독해 : 고학생 남편을 대학교수까지 만들면서 평생 뒷바라지했으나, 여자 일생에 전부라고 할 수 있던 남편이 장기간 투병을 하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혼자 버려졌다. 혼자됨을 인정하지 못하는 그녀, 여전히 남편의 추천장을 받으러 동분서주하고,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독한, 고집불통의, 주위 신경 안 쓰는, 오직 남편이면 남편, 자식이면 자식 밖에 모르는 캐릭터는 우리 주변의 어머니들을 닮았다. '밥하고 빨래하고 설겆이하고 화병에 물주고 햇볕 쪼이고~' 그런 일상을 코믹하게 그려준 고독해 역할은 김세진씨가 맡았다.
ㅇ 무대포 : 자손 귀한 집안의 4대 독자. 스무살이 되자마자 결혼해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도 역시 딸랑 아들 하나를 얻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은 '자손 번성'에 있다고 생각하였는지, 아들의 열여덟 살 생일 선물로 사창가에 방문한다. 결국 잘못된 조기교육(!)의 결과로 아들은 에이즈에 걸려 곁을 떠나고 만다. 조금은 장난스럽게, 나름대로는 기발하고 특별한 선물이라고 생각했던 게 너무 엉뚱한 결과를 낳고 만다. 큰 덩치로 무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좋은 연기를 선보인 무대포 역할은 미스터 축협 배성호씨가 맡았다.
ㅇ 정상인 : 본인이 왜 정신병원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며 계속 퇴원하겠다고 하지만, 알고보니 그도 만만찮은 과거를 가지고 있다.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알게 되는 그의 아픈 기억들. 피해의식 때문일까? 자꾸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상황을 오해하고 사건을 만들었던 그였다. 입 밖으로 꺼낸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신 역시 이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TV 드라마 '왕과 나'에서 섬뜩할 정도로 광기 어린 연산군 역할을 맡았었던 정태우씨가 출연한다.
ㅇ 보조의사 : 굿닥터의 치료활동과 환자들의 '집단발표'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입원환자가 아니다 보니 특별한 과거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캐릭터의 비중은 적지만, 눈에 띄지 않은 곳에서 꾸준히 다른 캐릭터로 요소요소 변신하면서 극의 진행을 돕는다. 이 역할은 오영은씨가 맡았다.

'어차피 세상은 미친 거야 루나틱 락엔롤'을 함께 부르며 2시간에 걸친 공연은 막을 내린다.(공연 분량이 길다보니 잠깐의 인터미션이 주어질 정도다.)
작품이 주고자 했던 의도는 '사람들은, 그리고 세상은 모두 미쳤다. 그리고, 미쳤다는 걸 인정하면 행복해진다.'일 듯 하다.
스스로를 미친 놈이라고 인정할 수 없지만, '미치다'라는 말이 '정상이 아니다', '보통 상식과 다르다' 등의 의미라면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씩은 미쳐 있는 게 맞을 것 같다. 일에, 돈에, 사랑에, 운동에, 취미생활에, 모두들 어느 정도는 정상을 벗어난 광기에 가까운 집착 혹은 회피를 보이는 게 상식일 듯. 사실 도대체 그 기준이 되는 '정상'이 뭔지도 모르겠다.
요즘 상태가 그닥 정상은 아닌데, 저런 병원 있으면 단기간이라도 입원해서 '집단발표'를 통해 진단도 받아보고 춤추고 노래하고 어울리며 치료받고도 싶다. 그 속에서 혹시 내가 모르고 있는, 내가 인정하지 않고 있던 나의 모습이 어디선가 보여질지도 모르니까.
그냥 확 미쳤다고 인정해 버리고 드러누울까 보다.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