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결혼 11주년 기념 여행을 가볍게 떠나서, 강원도 양양에 있는 '마이대니(My Danny)'에 머물렀습니다.
마이대니는 유명한 펜션 '노벰버(November)'의 자매 펜션으로, B&B(Bed & Breakfast) 개념의 숙소랍니다. 즉, 취사는 불가능하고 잠자리와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컨셉의 숙박 공간이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6번 국도로 접어들어 진고개를 넘어서 주문진에 다다르고, 북으로 조금 더 달려서 남애항을 지나니 마이대니 표지판이 바로 길 옆에 보입니다.
사실 속초로 가는 국도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서, 더군다나 주차장 공간이 바로 저 옆이라서 내심 미심쩍은 감도 없잖아 있습니다. 호젓하고 안락한 휴식공간이 아닐 것 같다는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불길한 예감. 영세한 모텔조차도 별도의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나름 고급 컨셉인 이곳의 주차장이 저렇게 길가에 놓여 있어도 되는가 싶기도 합니다.(숙박업소의 특별 서비스 중 하나인 '차량번호 가림막 서비스'를 원하는 커플이라면 상당히 난감할 것 같네요.)

차를 세우고 조금 걸으면 5층짜리 건물인 마이대니가 바로 나타납니다.
국도 쪽에서 볼 때에는 그다지 눈여겨 보이지 않는 건물인데, 걸어들어 갈수록 깔끔한 건물의 외형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공간이 조금씩 바뀌는 느낌이랄까요? 바다 역시 바로 눈 앞에 펼쳐집니다.

마이대니 전면에 서서 전체 모습을 담아봅니다.
우리가 머물 곳은 저 꼭대기 왼쪽에 움푹 들어가서 비어 있는 듯 보이는 공간. 펜트하우스로 일명 '마이 드림(My Dream)'이라는 이름을 가진 방입니다. 방 앞으로 별도의 노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탁자와 그네의자가 놓여 있는 곳입니다. 꼭대기 층이라 다른 방에 비해 좀더 전망이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인포메이션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대기 공간에 놓인 소파에 몸을 기대고 쉽니다.
접수대를 중심으로 한 켠에는 식탁이 놓인 식사 혹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다른 한 켠에는 소파가 놓인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웰컴티(Welcome Tea)와 간단한 군것질거리를 가져다 줍니다.
장거리 운전의 여독을 풀게 해주고, 이곳에서의 1박을 기대케 하는 듯 합니다.
직원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체크인, 체크아웃, 식사, 야간 영화상영 등등)을 듣고, 숙박 기념으로 폴라로이드 사진을 하나 남깁니다. 이 사진은 '1년 편지'에 넣어서 내년 이맘 때 편지로 받게 될 겁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여행을 추억하면서...

방 열쇠를 받아들고 '마이드림' 룸으로 올라갑니다.
별 생각없이 펜트하우스가 좋겠다 싶어 예약을 했는데, 사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의 5층을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은 실로 오래간만의 일입니다. 저는 워낙 걷고 뛰고 설치는 것을 좋아해서 계단이 부담없지만, 써니에게는 오르내리는 게 좀 부담되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계단을 오르다가 돌아서서 계단 창문과 조화를 이룬 등을 사진에 담아둡니다. 바다까지 보이도록 담을 요량이었지만 워낙 명암 대비가 강렬해서인지 바다는 보이지 않는군요.

시원한 푸른 빛깔이 넘치는 마이드림 룸입니다.
널찍한 게 마음에 쏙 듭니다. 한 켠으로는 더블베드가 놓여 있고, 그 앞에는 화장대가 있습니다. 침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을 가로질러 침대에 누워서 잘 보이는 쪽으로 TV 선반 위에 액정 TV(왠지 모니터 느낌도... ^^)가 놓여 있습니다.
다른 한 켠으로는 냉장고, 옷장, 수납장, 소파, 컴퓨터 테이블 등이 요소요소에 놓여 있습니다. 어쩌면 일종의 거실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욕실과 거실은 문으로 구별되어 있지 않고 치렁치렁한 발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침실 - 거실 - 욕실이 그냥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단, 변기와 샤워시설이 있는 화장실은 욕실 옆에 달린 문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욕조는 월풀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몸을 담그고 버튼을 가동하면 여러 곳에서 물줄기를 뿜으면서 수중안마를 해줍니다.
욕실 창문 너머로는 바다가 아닌 얕은 언덕이 보입니다. 객실 가운데에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바다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하던데, 이 방은 그 방이 아닙니다.

방 앞에 마련된 널찍한 테라스에 나가봅니다.
테라스에 서면 바다가 한 눈에 담깁니다. 전용 테이블도 있어서 바다를 보면서 가볍게 차 한 잔 나눌 수 있고, 그네의자도 마련되어 있어 흔들흔들하며 하늘과 바다를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테라스에서 본 바다 풍경입니다.
바로 해안 근처까지 야외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많이 아쉬운 건 사진에 보이는 철조망 아닐까 싶네요. 바다 풍경을 물리적으로 턱 가로막고 있습니다. 왼쪽으로는 해안초소도 보이고 잘 관찰하면 군인들도 보입니다.
철조망에는 출입문이 있어서, 일출 후에서 일몰 전까지, 즉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개방되어 있으므로 해변을 거닐 수 있습니다. 상황이 저렇다 보니 인적 드문 바닷가를 보고 싶다면 딱일 듯 싶네요.

숙소를 나와서 잠시 드라이브하기로 합니다.
매번 동해안에 들르면, 특히 속초-강릉 구간을 들르면 늘 거쳐가던 의상대, 낙산해수욕장, 하조대, 경포대 등이 그다지 끌리지 않습니다. 마치 복습 열심히 하는 학생 느낌이 들어서, 이곳은 지난 번하고 이게 좀 바뀌었구나 하는 느낌 정도를 가지러 동해에 들르고 싶지는 않아서랄 수 있습니다.
새롭게 마이대니 바로 옆에 있는 휴휴암이라는 곳을 발견해서 들러봅니다.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신도와 관광객이 머무는 사찰입니다. 해안에 불상이 세워져 있는데, 조금 더 자연친화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른 종교를 갖고 있어서 느끼는 소감이라기보다 그냥 일반인 시각으로 보더라도, 너무 커다란 크기에 금괴 모양의 물건을 손에 들고 있는 불상의 모습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사찰 경내를 통과하면 바닷가에 놓인 바위가 널따란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바위에 기대고 바다를 바로 마주한 채 이런저런 생각하기에 참 좋은 공간일 것 같습니다.

속초 쪽으로 잠시 향하다가 U 턴해서 남애항에 들릅니다.
몇 년 전 들렀던 남애항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일출을 보기 편하도록 계단식 전망대를 마련하고 뚝방길을 마련한 것 같은데, 깔끔해진 느낌과 함께 왠지 예전의 멋을 잃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송이버섯 모양을 한 빨간 등대까지 느린 걸음으로 걸어갔다가 다시 차로 돌아옵니다.

남애항을 둘러보고 나서 근처 회집에서 식사를 할 참이었는데, 써니는 지난 가을 영진해수욕장 근처에서 들렀던 회집이 괜찮았다며 그곳으로 가자고 합니다. 다시 좀더 남쪽으로 향합니다.
주문진을 지나서 영진해수욕장의 회집에 들러 회 한 접시를 배불리 먹고 느긋하게 숙소로 돌아옵니다.
야간 영화로 '해바라기'를 상영한다고 해서 야외로 내려왔는데, 야외 테이블에는 아무도 없고 스크린을 대신하는 벽면에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라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미처 칠판에 적어놓은 상영영화 제목을 못 바꾸어두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세심한 관리가 좀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보게 되는 영화이지만, 사실 몇몇 장면은 수십 번 반복해서 봤던 영화여서 식상할만도 하지만, 바닷가 노천에서 영화를 보는 느낌은 또 남달라서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습니다. 낮의 따뜻한 기운과는 달리 밤에는 차가운 바닷기운이 느껴집니다. 무릎담요로 어깨를 감싸고, 따끈한 핫쵸코 두 잔을 주문합니다. 핫쵸코가 기대보다 미지근합니다. 다시 한 번 뎁혀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는 동안에 우리가 물꼬를 튼 건지는 몰라도 여러 테이블에 손님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어떤 팀은 바베큐인지 스테이크인지 몰라도 제대로 된 저녁 정식을, 어떤 팀은 우리처럼 가볍게 차 종류를, 혼자 온 듯한 한 여성분은 간단하게 병맥주를 마시면서 서로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를 봅니다.

영화 중반부를 넘어서는데, 춥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와인 생각이 나기도 해서 객실로 들어옵니다.
다시 테라스에 나가서 야경을 한 컷 더 찍어둡니다. 밤에 들리는 파도소리는 더욱 가까이 들리는 듯 합니다. 테라스에서 들어오면서 창문을 조금씩 열고 자는 동안 파도소리를 맞이할 채비를 해둡니다.

아침 운동을 시작한 이후 평일 일정대로 맞춰져 있는 휴대폰 알람 소리를 듣고 5시 50분에 일어납니다.
밝아진 창 밖은 조만간 해의 등장이 임박했음을 느끼게 합니다. 일출을 보러 남애항에 가야 하나 궁리 중이었으나 날이 밝아오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객실을 떠나지 않고서도 일출 광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잠시 후 해가 동그랗게 솟아 오릅니다. 수평선 너머 어둡던 기운이 검붉게 바뀌는 것 같더니 바알갛고 동그란 해가 쑤욱 밀고 올라옵니다. 테라스에 나가 막 솟아오른 해를 가슴으로 맞이합니다.


그냥 바닷가에서 일출 풍경을 봤더라면 바다와 하늘과 태양의 요소만 담길 것 같은데, 좀더 넣는다면 배 몇 척과 새 몇 마리 정도가 양념으로 첨가될 것 같은데, 테라스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몇몇 소품을 더 넣을 수 있겠더군요.
이를테면 테라스의 난간과 야트막한 등불과 어우러진 일출 풍경도, 그리고 어제 마시고 나서 치우지 않은 와인 잔에 담긴 태양의 모습 등을 찍어보며 해오름을 즐깁니다.



침대에 기대어 보는 창 밖으로 점점 빠르게 밝아지며 뚜렷해지는 바다가 보입니다.
너무나 평온한, 따스한,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결혼 12년 차로 접어드는 아침입니다.

모자란 아침 잠을 좀더 자고,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객실에 올라와서 남은 시간을 보냅니다.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도록 머물면서 결코 여행자의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습니다. 평소 같으면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며 분주하게 다녔을 여행길인데, 이번에는 그냥 차분하게 머물다가 온 것 같네요.
간만에 꺼내 든 카메라로 이런저런 사진도 찍어보면서, 테라스에서 두 잔째 커피를 마시면서....


봄 햇살을 쬐면서 '1년 편지'를 씁니다.
이렇게 1년 편지를 써서 인포메이션에 마련된 우체통에 넣어두면, 1년 후에 보내주겠다고 하네요.
서로 편지 한 장씩을 적어서, 도착했을 때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과 함께 넣어둡니다.
앞으로 1년 후, 서로에게 쓴 편지를 받아보면서 여행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짧게, 가볍게, 느긋하게 다녀온 11주년 기념 여행이었습니다.
좋은 여행이 되도록 챙겨주신 마이대니 가족들께 이 글을 통해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렇게, 소중한 추억 하나 쌓아올립니다.
써니와 두리... 변치 말고 사랑하고 늘 건강하길 기원하며...
결혼 11주년 기념 여행을 가볍게 떠나서, 강원도 양양에 있는 '마이대니(My Danny)'에 머물렀습니다.
마이대니는 유명한 펜션 '노벰버(November)'의 자매 펜션으로, B&B(Bed & Breakfast) 개념의 숙소랍니다. 즉, 취사는 불가능하고 잠자리와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컨셉의 숙박 공간이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6번 국도로 접어들어 진고개를 넘어서 주문진에 다다르고, 북으로 조금 더 달려서 남애항을 지나니 마이대니 표지판이 바로 길 옆에 보입니다.
사실 속초로 가는 국도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서, 더군다나 주차장 공간이 바로 저 옆이라서 내심 미심쩍은 감도 없잖아 있습니다. 호젓하고 안락한 휴식공간이 아닐 것 같다는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불길한 예감. 영세한 모텔조차도 별도의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나름 고급 컨셉인 이곳의 주차장이 저렇게 길가에 놓여 있어도 되는가 싶기도 합니다.(숙박업소의 특별 서비스 중 하나인 '차량번호 가림막 서비스'를 원하는 커플이라면 상당히 난감할 것 같네요.)

차를 세우고 조금 걸으면 5층짜리 건물인 마이대니가 바로 나타납니다.
국도 쪽에서 볼 때에는 그다지 눈여겨 보이지 않는 건물인데, 걸어들어 갈수록 깔끔한 건물의 외형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공간이 조금씩 바뀌는 느낌이랄까요? 바다 역시 바로 눈 앞에 펼쳐집니다.

마이대니 전면에 서서 전체 모습을 담아봅니다.
우리가 머물 곳은 저 꼭대기 왼쪽에 움푹 들어가서 비어 있는 듯 보이는 공간. 펜트하우스로 일명 '마이 드림(My Dream)'이라는 이름을 가진 방입니다. 방 앞으로 별도의 노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탁자와 그네의자가 놓여 있는 곳입니다. 꼭대기 층이라 다른 방에 비해 좀더 전망이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인포메이션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대기 공간에 놓인 소파에 몸을 기대고 쉽니다.
접수대를 중심으로 한 켠에는 식탁이 놓인 식사 혹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다른 한 켠에는 소파가 놓인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웰컴티(Welcome Tea)와 간단한 군것질거리를 가져다 줍니다.
장거리 운전의 여독을 풀게 해주고, 이곳에서의 1박을 기대케 하는 듯 합니다.
직원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체크인, 체크아웃, 식사, 야간 영화상영 등등)을 듣고, 숙박 기념으로 폴라로이드 사진을 하나 남깁니다. 이 사진은 '1년 편지'에 넣어서 내년 이맘 때 편지로 받게 될 겁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여행을 추억하면서...

방 열쇠를 받아들고 '마이드림' 룸으로 올라갑니다.
별 생각없이 펜트하우스가 좋겠다 싶어 예약을 했는데, 사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의 5층을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은 실로 오래간만의 일입니다. 저는 워낙 걷고 뛰고 설치는 것을 좋아해서 계단이 부담없지만, 써니에게는 오르내리는 게 좀 부담되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계단을 오르다가 돌아서서 계단 창문과 조화를 이룬 등을 사진에 담아둡니다. 바다까지 보이도록 담을 요량이었지만 워낙 명암 대비가 강렬해서인지 바다는 보이지 않는군요.

시원한 푸른 빛깔이 넘치는 마이드림 룸입니다.
널찍한 게 마음에 쏙 듭니다. 한 켠으로는 더블베드가 놓여 있고, 그 앞에는 화장대가 있습니다. 침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을 가로질러 침대에 누워서 잘 보이는 쪽으로 TV 선반 위에 액정 TV(왠지 모니터 느낌도... ^^)가 놓여 있습니다.
다른 한 켠으로는 냉장고, 옷장, 수납장, 소파, 컴퓨터 테이블 등이 요소요소에 놓여 있습니다. 어쩌면 일종의 거실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욕실과 거실은 문으로 구별되어 있지 않고 치렁치렁한 발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침실 - 거실 - 욕실이 그냥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단, 변기와 샤워시설이 있는 화장실은 욕실 옆에 달린 문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욕조는 월풀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몸을 담그고 버튼을 가동하면 여러 곳에서 물줄기를 뿜으면서 수중안마를 해줍니다.
욕실 창문 너머로는 바다가 아닌 얕은 언덕이 보입니다. 객실 가운데에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바다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하던데, 이 방은 그 방이 아닙니다.

방 앞에 마련된 널찍한 테라스에 나가봅니다.
테라스에 서면 바다가 한 눈에 담깁니다. 전용 테이블도 있어서 바다를 보면서 가볍게 차 한 잔 나눌 수 있고, 그네의자도 마련되어 있어 흔들흔들하며 하늘과 바다를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테라스에서 본 바다 풍경입니다.
바로 해안 근처까지 야외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많이 아쉬운 건 사진에 보이는 철조망 아닐까 싶네요. 바다 풍경을 물리적으로 턱 가로막고 있습니다. 왼쪽으로는 해안초소도 보이고 잘 관찰하면 군인들도 보입니다.
철조망에는 출입문이 있어서, 일출 후에서 일몰 전까지, 즉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개방되어 있으므로 해변을 거닐 수 있습니다. 상황이 저렇다 보니 인적 드문 바닷가를 보고 싶다면 딱일 듯 싶네요.

숙소를 나와서 잠시 드라이브하기로 합니다.
매번 동해안에 들르면, 특히 속초-강릉 구간을 들르면 늘 거쳐가던 의상대, 낙산해수욕장, 하조대, 경포대 등이 그다지 끌리지 않습니다. 마치 복습 열심히 하는 학생 느낌이 들어서, 이곳은 지난 번하고 이게 좀 바뀌었구나 하는 느낌 정도를 가지러 동해에 들르고 싶지는 않아서랄 수 있습니다.
새롭게 마이대니 바로 옆에 있는 휴휴암이라는 곳을 발견해서 들러봅니다.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신도와 관광객이 머무는 사찰입니다. 해안에 불상이 세워져 있는데, 조금 더 자연친화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른 종교를 갖고 있어서 느끼는 소감이라기보다 그냥 일반인 시각으로 보더라도, 너무 커다란 크기에 금괴 모양의 물건을 손에 들고 있는 불상의 모습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게 합니다.
사찰 경내를 통과하면 바닷가에 놓인 바위가 널따란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바위에 기대고 바다를 바로 마주한 채 이런저런 생각하기에 참 좋은 공간일 것 같습니다.

속초 쪽으로 잠시 향하다가 U 턴해서 남애항에 들릅니다.
몇 년 전 들렀던 남애항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일출을 보기 편하도록 계단식 전망대를 마련하고 뚝방길을 마련한 것 같은데, 깔끔해진 느낌과 함께 왠지 예전의 멋을 잃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송이버섯 모양을 한 빨간 등대까지 느린 걸음으로 걸어갔다가 다시 차로 돌아옵니다.

남애항을 둘러보고 나서 근처 회집에서 식사를 할 참이었는데, 써니는 지난 가을 영진해수욕장 근처에서 들렀던 회집이 괜찮았다며 그곳으로 가자고 합니다. 다시 좀더 남쪽으로 향합니다.
주문진을 지나서 영진해수욕장의 회집에 들러 회 한 접시를 배불리 먹고 느긋하게 숙소로 돌아옵니다.
야간 영화로 '해바라기'를 상영한다고 해서 야외로 내려왔는데, 야외 테이블에는 아무도 없고 스크린을 대신하는 벽면에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라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미처 칠판에 적어놓은 상영영화 제목을 못 바꾸어두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세심한 관리가 좀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보게 되는 영화이지만, 사실 몇몇 장면은 수십 번 반복해서 봤던 영화여서 식상할만도 하지만, 바닷가 노천에서 영화를 보는 느낌은 또 남달라서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습니다. 낮의 따뜻한 기운과는 달리 밤에는 차가운 바닷기운이 느껴집니다. 무릎담요로 어깨를 감싸고, 따끈한 핫쵸코 두 잔을 주문합니다. 핫쵸코가 기대보다 미지근합니다. 다시 한 번 뎁혀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는 동안에 우리가 물꼬를 튼 건지는 몰라도 여러 테이블에 손님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어떤 팀은 바베큐인지 스테이크인지 몰라도 제대로 된 저녁 정식을, 어떤 팀은 우리처럼 가볍게 차 종류를, 혼자 온 듯한 한 여성분은 간단하게 병맥주를 마시면서 서로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를 봅니다.

영화 중반부를 넘어서는데, 춥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와인 생각이 나기도 해서 객실로 들어옵니다.
다시 테라스에 나가서 야경을 한 컷 더 찍어둡니다. 밤에 들리는 파도소리는 더욱 가까이 들리는 듯 합니다. 테라스에서 들어오면서 창문을 조금씩 열고 자는 동안 파도소리를 맞이할 채비를 해둡니다.

아침 운동을 시작한 이후 평일 일정대로 맞춰져 있는 휴대폰 알람 소리를 듣고 5시 50분에 일어납니다.
밝아진 창 밖은 조만간 해의 등장이 임박했음을 느끼게 합니다. 일출을 보러 남애항에 가야 하나 궁리 중이었으나 날이 밝아오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객실을 떠나지 않고서도 일출 광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잠시 후 해가 동그랗게 솟아 오릅니다. 수평선 너머 어둡던 기운이 검붉게 바뀌는 것 같더니 바알갛고 동그란 해가 쑤욱 밀고 올라옵니다. 테라스에 나가 막 솟아오른 해를 가슴으로 맞이합니다.


그냥 바닷가에서 일출 풍경을 봤더라면 바다와 하늘과 태양의 요소만 담길 것 같은데, 좀더 넣는다면 배 몇 척과 새 몇 마리 정도가 양념으로 첨가될 것 같은데, 테라스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몇몇 소품을 더 넣을 수 있겠더군요.
이를테면 테라스의 난간과 야트막한 등불과 어우러진 일출 풍경도, 그리고 어제 마시고 나서 치우지 않은 와인 잔에 담긴 태양의 모습 등을 찍어보며 해오름을 즐깁니다.



침대에 기대어 보는 창 밖으로 점점 빠르게 밝아지며 뚜렷해지는 바다가 보입니다.
너무나 평온한, 따스한,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결혼 12년 차로 접어드는 아침입니다.

모자란 아침 잠을 좀더 자고,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객실에 올라와서 남은 시간을 보냅니다.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도록 머물면서 결코 여행자의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습니다. 평소 같으면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며 분주하게 다녔을 여행길인데, 이번에는 그냥 차분하게 머물다가 온 것 같네요.
간만에 꺼내 든 카메라로 이런저런 사진도 찍어보면서, 테라스에서 두 잔째 커피를 마시면서....


봄 햇살을 쬐면서 '1년 편지'를 씁니다.
이렇게 1년 편지를 써서 인포메이션에 마련된 우체통에 넣어두면, 1년 후에 보내주겠다고 하네요.
서로 편지 한 장씩을 적어서, 도착했을 때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과 함께 넣어둡니다.
앞으로 1년 후, 서로에게 쓴 편지를 받아보면서 여행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짧게, 가볍게, 느긋하게 다녀온 11주년 기념 여행이었습니다.
좋은 여행이 되도록 챙겨주신 마이대니 가족들께 이 글을 통해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렇게, 소중한 추억 하나 쌓아올립니다.
써니와 두리... 변치 말고 사랑하고 늘 건강하길 기원하며...



덧글
rockk 2009/04/16 18:40 # 답글
봄의 마이대니는 이렇군요~ 전 겨울에 들렸었거든요,참, 늦었지만, 결혼 11주년 축하드려요~!!
영두리 2009/04/16 19:54 #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마이대니에서 보는 겨울바다도 참 좋을 것 같아요. 차분하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은 예감.
영길_잡념가 2009/04/17 02:34 # 답글
흐으음..멋지군요....비용도 궁금해지는군요.
현우두고 둘이서 다녀오고 싶어지는걸요? ㅎ
98년이 벌써 11년전 이야기라니..
일병휴가도 제대로 못나와서 형 결혼식에도 못간 동생이..
영두리 2009/04/17 10:13 #
비용은 음....내가 여기 말하는 것보다는 www.mydanny.co.kr 사이트에서 확인을...
방마다 특색이 있고, 가격이 다 달라서... 그리고, 한 달 전 1일부터 온라인 예약을 받는 곳이라서 사이트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거야.
가격이 좀 쎄다는 느낌도 들텐데, 요새 정말 엉성한 펜션(하지만, 사이트 사진상으로는 꽤 그럴싸해 보이는...)도 1박 요금이 만만치 않더라구. 취사가 불가능한 대신에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니 참조하고.
자녀를 동반할 수 있는 방과 그렇지 못한 방이 나눠져 있으니 그것도 참조하길...
참, 지난 번 한라봉 너무 맛나게 먹었음... ^^
영누나 2009/04/21 13:58 # 삭제 답글
또 다시 넘 오랜만이넴.그랬구나..결혼 기념일이었네..멋진 추억이었겠다..추카추카 늦었지만 ^^
우린 결혼 기념일 케익하나로 달랑 끝낸적도 많대이..ㅠㅠ
학기 중에는 늘 이렇듯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어쩌다 한 번 들어와 슝 슝..답글도 못달고 기냥 지나가다가..
오늘은 그냥 가기 뭐해 이리 발냄새를 팍팍 ^^:
오래오래 행복하고 건강하세요..써니 두리.
영두리 2009/04/21 15:59 #
바쁜 와중에 들러서 축하해주셔서 고마워요.저희야 뭐 딸린 부록이 없다보니 케익 하나만 놓기에는 심심해서... ^^
케익 이야기를 해서 생각해보니 정작 우리 기념일에는 케익이 없더군요. 이런... ㅋㅋ
영누나 2009/04/21 14:00 # 삭제 답글
바다내음이랑..내가 그 곳에 가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상쾌한 기운이 감도냄.멋진 사진에 감솨..^^
영두리 2009/04/21 16:01 #
간만에 카메라에 바람 좀 쐬어주고 왔답니다.와서 확인해 보니 렌즈에 먼지 앉은 게 보이더라는... 에궁...
학기 중이시라 바쁘실 텐데, 지난 번처럼 우연히라도 시간 생기시면 또 뵈요.
야마코 2009/05/30 17:29 # 삭제 답글
저희회사는 인테리어 회사이다 보니..7,8,9 월에는 무지 바빠요
6월에 휴가라서 이번에 회사 과장님 소개받고 가보려고해요
어떤곳인지..한번 찾아보다가 들렀는데..
^^너무너무 기대되는데요??
다른것도 다 좋지만..
"1년편지"라는게 너무 맘에 들어요!!빨리 가보고싶네요^^
11년 결혼기념일 진심 축하드리구요
이상으로 결혼 9개월차 접어드는 새내기 새댁이였습니다^^
영두리 2009/05/30 17:54 #
6월에 마이대니로 휴가를 가시는 거군요.여름이 오기 전 차분하게 즐기는 바닷가 산책, 너무 괜찮을 것 같아요.
써니와 함께 각자 1년 편지 써서 맡겨놓고 왔는데 뭐라고 썼는지 내용이 기억나지 않네요.
아마 내년 4월 12주년 결혼기념일 즈음에 그 편지를 받곤 또 다시 추억에 빠지겠죠.
즐겁고 행복하고 사랑 넘치는 여행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