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 눈내리는 마을에 다녀오다 ├ 영두리의 사는 이야기

'시월에 눈내리는 마을.'
 

해마다 시월에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진행하는 콘서트랍니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는 더 빨리 서둘러 진행한 느낌이 드는데, 주로 시월 말께 열리곤 하죠.
지금까지 기억을 더듬어봐야겠지만 이번까지 해서 한 서너 번 정도는 본 것 같아요.

올해도 9월 초 예매 시작 안내를 보고 바로 공연을 예매해 두었고, 어제가 바로 그 공연일이었습니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서 교정을 거닐어봅니다.
아직 캠퍼스는 가을 풍경이 아니네요.
담쟁이 덩쿨만 조금 붉고 노랗게 변했을 뿐 아직 은행나무도, 단풍나무도 그다지 가을채비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콘서트 시간이 되어서 입장 후 출연진의 출연을 기다립니다.
올해는 신승훈, 이소라, 알렉스, 스윗소로우가 초대되었습니다.
신승훈은 2년 만에 일본에서 들어와서 새 앨범을 내면서 활동을 재개하면서 시월에에 다시 복귀했고,
이소라는 언제나 부담없는 시월에의 안방마님으로, 알렉스와 스윗소로우는 새내기 멤버로 참석했습니다.
기억에는 예전에 이문세, 이소라가 함께 했던 해와, 신승훈과 이수영이 함께 했던 해에 왔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체인지 파트너했네요.



아기자기한 무대입니다.
항상 기발한 무대 구성과 연출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게 기억납니다. 올해는 하얀 눈 덮인 마을을 세팅해 두었네요.
공연 중 촬영금지라고 해서 카메라를 고이 접어 가방에 넣어 둡니다.


스윗소로우의 부담없고 개구장이같은 익살, 알렉스의 다소 능글맞은 노래들이 흐르고,
이소라와 신승훈은 그동안의 히트곡으로 서로 배틀이라도 하듯이 메들리로 불러줍니다.
역시 이소라, 신승훈의 노래에서 묻어나는 연륜과 힘은 무대와 객석을 휘어잡습니다.
신승훈씨는 세상에나... 이소라의 '난 행복해'를 여성 키로 가성임에도 전혀 티나지 않게 소화해 내더군요.
스윗소로우의 성진환 군은 막간을 이용해서 대략 가수 10명 가량의 모창까지 곁들이며 떠오르는 샛별임을 과시했습니다.


노천 무대라서 종종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꽤 추운 편인데, 올해 역시 딱 추울 때로 잡았더군요.
아침에 나설 때 마련해두었던 덧옷을 가게에 두고오는 바람에, 써니의 코트를 빼앗아 입는 예기치 않은 해프닝까지 벌입니다.
써니는 별도로 준비해 두었던 점퍼를 입고, 자신의 코트를 저한테 빌려주고... (어째 거꾸로 된 듯한....)


추위가 무르익었을 때, 아시다시피 신승훈 이소라의 노래는 90%가 느린 노래에 슬픈 이별노래라서 더 쓸쓸한 느낌이 들 때,
드디어 허공에 준비해 두었던 기구에서 눈을 펑펑 쏟아놓습니다.

 


공연 중에는 카메라를 찍지 않았지만, 눈이 오는 장면은 담아두어야겠다 싶어서 공연 예의가 아닌 걸 알면서도 몇 컷 담습니다.
시월에 눈내리는 공연장입니다.
모두들 마구 환호성을 치며,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 번쩍거리며, 연인들은 그새를 노려서 귀여운 애정행각도 벌이면서
한결같이 들뜹니다.


다른 해 기억보다는 덜 추워인지, 아니면 익숙해져서인지 처음 봤을 때의 감흥만큼은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색다릅니다.
순식간에 겨울이 찾아와버릴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눈이 저렇게 이쁘게만 와준다면 겨울이 너무 행복할 것 같은 느낌.

 

 

앵콜송까지 듣고나서 시계를 보니 대략 3시간 정도의 공연이었더군요.
3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오히려 짧게 느껴질 정도로 한 곡 한 곡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써니와 간만에 좋은 데이트였네요.
혹시 내년에도 보게 된다면 기필코 사연을 신청해서 영상 한 번 타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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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98짱진우 2008/10/13 19:20 # 답글

    저도 눈 오는 풍경이 보고싶네요. 요즘 새벽 날씨 같으면 정말 오겠던데 ...
  • 영두리 2008/10/14 00:28 #

    이제 머지 않았을 것 같은 예감이네요. 아마도 두 달만 참으면?
    하루하루 지나가는 속도로 봐서는 두 달도 쉽게 지나갈 것 같습니다.
    눈이 오면 이 가을 풍경이 아쉬워 질 것 같아요. 짧은 가을 잘 보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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