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 조감독의 승부론

요새 부쩍 프로야구에 맛들이고 있습니다.
일정상 직접 가서 보지도 못하고, TV로 시청하지도 못하지만,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라이브 중계를 이용해서 틈틈이 관람 중입니다.
프로야구 초반기 해태 타이거즈의 광팬이었죠. 김일권으로부터 시작해서, 김성한, 김봉연, 김준환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의 화력은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될 만큼 우타자 중심의 팀 구성과, 기교보다는 힘이 압도하는 해태의 팀 컬러는 정말 '야성 넘치는 호랑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었더랍니다.

지금 기아 타이거즈 감독으로 있는 조범현 감독이 스포츠서울 인터뷰에서 한 마디 던졌네요.

호랑이는 길들여서는 안돼

요지는 "해태는 그라운드에서 경기가 아닌 ‘승부’를 펼쳤다. 경기에서는 졌어도 승부에서는 지지 않았고. 패하더라도 선수들은 언제나 당당했다."입니다.
멋진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승부에서는 지지 않았고, 지더라도 당당했다.

시즌 초반 내내 꼴찌 자리를 사수하다가 5월 들어 승부 근성을 내세우며 치고 올라오는 기아 타이거즈의 모습이 꽤 매력적입니다.
사실 툭 하면 번트 대고, 엉뚱한 작전 걸어서 실패하고, 투수 교체 타이밍 놓쳐 상황을 반전시키는 조 감독의 용병술에는 결코 동조할 수 없고 한편으로는 황당할 때도 많지만, 이용규와 이종범 선수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승부근성(이용규 선수가 어제는 비록 몇몇 실책을 범했지만)과, 윤석민과 장성호 선수가 보여주는 싱글벙글대는 여유는 기아 타이거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기회를 만들어서 야구장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진정한 승부의 세계를 관람해보고 싶어서요.



9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자축하는 선동렬 투수와 장채근 포수의 감격스러운 포옹~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영두리 | 2008/05/28 16:35 | ├ 영두리의 사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9)
트랙백 주소 : http://duri022.egloos.com/tb/438715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anaki-我行 at 2008/05/28 23:02
밸리타고 와서 이런 댓글은 실례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조범현 감독님 말...
멋지긴 하지만...

그건 그 때 해태가 최강팀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영두리 at 2008/05/29 01:43
우선 댓글 감사해요.(댓글에 굶주린 변방 블로그에 들러주심을 환영합니다.)
해태가 최강팀이긴 했지만 사실 일반리그에서 독보적으로 성적이 좋았던 적은 몇 번 안 되는 기억이 나네요. 늘 5~6할 정도의 중상 성적으로 가을 시즌에 입성한 후 환상적인 승부의 세계를 펼치곤 했죠.
평소에 강한 것보다는 어쩌면 결정적일 때 강했던 기억이... 그게 현재 기아와의 차이점 같아요.
Commented by Reign at 2008/05/29 09:18
해태의 강점은 강한 공격보단 안정적인 수비와 높은 마운드,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실점보다 높은 득점 능력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실제 해태 타자들이 김봉연, 김성한 같은 거포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도 동 시대의 다른 거포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려웠죠.
하지만 마운드는 이미 뭐 한국 최강.
선동열-조계현-이강철의 80~90년대 마운드뿐 아니라 90년대 중후반의 이대진-임창용으로 이어지는 최강의 마운드 계보는 달리 뭐라 평가할 수 없었더랬죠.

수비 면에서도 이종범, 홍현우, 한대화, 김성한 모두 한자리 하는 선수들이고 외야도 파워중심이라기보단 뛰어난 수비능력을 갖춘 플레이어들이 뜀으로써 해태의 전성기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찬스"에서 강한 그 응집력.
해태가 기아와 다른 점, 그리고 기아가 점차 해태스러워진다는 느낌이 드는 점은, 그 응집력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겠지요.
아직 수비고 마운드는 한참 낮습니다만(...)
Commented by 영두리 at 2008/05/29 10:41
간만에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기억해 보면 85년 선동렬 선수가 해태에 들어오면서 전력 급상승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85년 해태 성적은 비리비리했지만 이후 86년부터는 최강 마운드를 구사했던 기억이... (찾아보니 선동렬 선수가 86년 0.99 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87년에는 이 기록을 0.89로 낮추었다가 93년 0.78을 기록했었군요. 정말 국보급 선수라는...)
그래도 해태 야구의 가장 뛰어난 매력은 '김'氏 군단의 화력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80년대 초반, 성적은 중위권임에도 불구하고 김봉연, 김성한, 김준환, 김종모, 김무종, 김일권 등등의 우타자 김氏 라인은 지금 생각해 봐도 단순하면서도 묵직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아가 부디 해태다워지길 저도 바래봅니다...^^
Commented by 영길_잡념가 at 2008/05/29 09:52
개인적으로는 예전 해태 타이거즈 시즌이 더 그리워지네요.. 예전 '김봉연' 선수 보고 야구선수 되고 싶다.. 하던 국딩(그때는 형이나 저나 국딩 소리 들었죠.)이 지금은 평범한 애아빠가 되었고.. 그나마.. '이재주'선수가 콧수염 기르고 그러는게.. '김봉연'선수에 대한 오마주다.. 그 소리 듣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기아 타이거즈에 정이 잘 안가네요.. 예전 해태 타이거즈때는 해태 하면서 응원을 무지 했는데.. 글쎄요.. 그때로 돌아갈수는 없지만.. 지금 생각이 더욱 그러네요.. 제가 가장 기억이 남는 장면이.. '선동렬'투수와 (지금은 삼성 감독이지만..) '장채근'포수의 포옹 장면.. 잊지 못할겁니다.. 두 거구들이 얼싸 안은 장면.. 네에.. 그게 저는 야구에 대한 가장 좋은 기억이에요.. 지금은.. 야구를 한팀만 응원하기 보다는, 전체 팀 데이터를 보면서.. 이 팀은 이렇구나, 저렇구나 하면서 보는 재미에 살죠.. (토토는 전혀 안합니다.) 즉. 8개구단의 총 메니저가 되서.. 이럴땐 이 선수가.. 저럴땐 저 선수가 더 좋겠다.. 하는 전체적인 4게임을 통합해서 보는 재미.. (기획자 다운 생각이죠..) 그게 요즘은 재미 랍니다. 제 앞에 있는 백대리는 매일 롯데 응원으로.. 시끌 하지만.. 저는 이제 야구를 그러한 관점에서 보니까.. 더 재미가 나더군요.

줄 바꿈 무시하고 글을 날립니다.
Commented by 영두리 at 2008/05/29 10:48
국딩.... ㅋ (그렇게 되는 건감?)
나도 그 장면은 아무리 여러 번 나와도 매번 감격이.... ^^
얼마 전 어쩌다가 네이버에 있는 '마이리그(http://fantasy.news.naver.com/)'라는 판타지 게임에 팀 하나 만들어서 운영 중인데,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거두었어. 그냥 생각나면 심심풀이로 시뮬레이션 해보는 중.
Commented by 뉴비틀타고슝 at 2008/05/29 10:16
↑저도 그거 기억나요! 초등학생 때 선동렬투수랑 장채근 포수 포옹!
저도 그게 좋은 기억인데..
그거 진짜 잊혀지지가 않아요.
Commented by 영두리 at 2008/05/29 10:52
91년도 한국시리즈 때군요. 허걱, 저는 그 때 대딩... ^^
말 나온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추가해서 본문 수정합니다.
Commented by 영길_잡념가 at 2008/05/29 11:34
흐흐..저는 국딩때 관심이 있었다는 거구.. 91년이면.. 중3때에요 ㅎㅎ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