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MP3 훑어보기 ├ 영두리의 사는 이야기

혹시, 10년 전 MP3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나시나요?

문득 생각나서 책장을 뒤져 예전에 작성했던 기사들을 꺼내보게 되었습니다.
사회초년생을 컴퓨터 잡지 기자로 시작했었고, 그 흔적들 중 일부는 따로 스크랩해서 짬짬이 훑어보곤 합니다.
언젠가 한 번은 추억 더듬기 놀이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발동이 걸린 것 같네요.

10년 전.
98년 3월에는 두 번째 직장이었던 PC플러스라는 잡지사에 있었습니다. 사실 이 잡지사에서는 딱 3달 근무해서 그다지 추억이 많지는 않습니다. 딱 10년 지난 98년 4월호 PC플러스를 집어듭니다. 제가 기자로 활동했던 마지막 잡지이기도 합니다.


98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윈도우 98이 제대로 등장하기 전으로 베타 버전들이 나돌아다니던 때였고, 디지털카메라라는 것이 막 보급되기 시작해서 광고를 뒤져보면 대용량 4MB 내장메모리에 4배 Zoom 기능을 갖추고 2인치 컬러 LCD 뷰어가 달려있는 제품이 신제품으로 소개되던 때입니다. 심지어는 요즘은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3.5인치 플로피디스크를 디카에 바로 삽입하여 외장메모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MP3 플레이어도 상당히 선구적인 모델들이 나오게 됩니다.
광고의 카피를 인용하자면 무려 'mp3를 걸으면서 듣는다!'가 가능한 'PC에서 원하는 음악만 꺼내 듣는' 제품이 되겠습니다.
CD 수준의 생생한 음질, 파일 압축력, Tape이나 CD를 교체한 후 재생하는 방식이 아닌 반영구적 제품, 음악 파일 이외의 다양한 파일 포맷도 저장가능한 메모리 기능까지 갖추었다고 설명됩니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98년에도 물론 인터넷이 있었습니다.)나 PC통신(추억을 자극하는 단어입니다.)에서 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네요.
사실 이 광고에는 '최초'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았지만, 이 제품은 세계 최초 MP3 플레이어로 불리우는 모델입니다.(모델명도 명기되어 있지 않은데, MP-F10 혹은 F20 정도일 겁니다.)


아마도...
광고 팀에서 이 제품 광고를 얻어내고, 취재기자인 제게 이 제품에 대한 리뷰 기사를 의뢰했었나 봅니다.
짧게 MP3 파일 포맷에 대해 설명하고, MPMAN의 외관에 대해 말하고, 함께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파일 관리하는 방법과 특징을 말하고, 가장 큰 한계점인 메모리와 가격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형태로 기사는 진행됩니다.
MP3 파일을 걸으면서 듣는다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될 수 있던 때라서 기사의 제목 역시 '걸으면서 즐기는 MP3 플레이어'로 정해집니다.


지금 시점에서 10년 전 기사를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팩과 가격 부분이네요.
메모리는 16MB 기본에 최대 64MB까지 확장 가능합니다. 플래시 메모리를 슬롯에 꽂는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사이즈는 91 * 70 * 16.5 mm(W*H*D) 에 배터리를 제외하고 65g 정도의 무게이니 상당히 소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격 면에서 16MB 모델이 24만 6천원(아래 사진에 6MB 제품으로 되어 있는 것은 편집상 오타입니다), 32MB 모델이 33만 7천원, 그리고 업계 최초라는 64MB 모델은 무려 51만 9천원으로 만만찮은 가격의 제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 그 당시 테스트 제품은 16MB 모델이었을 겁니다. 잘 해야 서너 곡 정도의 음악을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계속 되풀이해 들었을 모습이 떠오르네요. 출근길도 일산에서 남부터미널까지였으니 엄청 지루했을 텐데 싶은...


2000년에 MP3 플레이어 분야를 별도로 엠피맨닷컴으로 분사하여 MP3 관련 특허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개발과 마케팅을 펼친 듯 하나, 2004년에 결국 파산하여 아이리버의 레인컴으로 인수되면서 관련 특허는 KPAC(한국포터블오디오기기협회) 회원사 16개사가 공동으로 인수하여 보호하기로 하는 등 숱한 화젯거리를 낳기도 했었습니다.

결국... 이 제품은 현재 이렇게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한 제품의, 한 회사의 흥망성쇠마저 담아내는 게 IT 세상입니다.





덧글

  • Feelin 2008/03/17 12:48 # 답글

    저 모델 알지요. 친구녀석이 99년도였나.. 알바를 해서 샀다고 자랑하던 저 모델..(...) 왠지 옛날 생각 나네요;ㅅ;
  • 영두리 2008/03/17 13:01 # 답글

    Feelin 님, 친구분이 자랑할만한 모델이었을 거예요.
    메모리 용량의 한계로 몇 곡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테이프나 CD 없이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첨단 얼리어답터 장비였으니까요.
  • Earthy 2008/03/17 20:14 # 삭제 답글

    저 바로 다음(아니, 다다음) 기종을 구입했었네요.
    그 때는 진짜 MP3 플레이어에 곡 넣고 다니면서 들으면 엄청난 얼리어답터였던 시절이었는데...
    이제는, MP3 이상의 포터블 기기 하나 없으면 이상한 시대로군요.
    10년만에 이렇게나 변하네요.
  • 영두리 2008/03/18 00:57 # 답글

    Earthy님, 10년 전을 생각해보면 삐삐와 휴대폰과 시티폰까지 과도기적으로 뒤섞여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걸 떠올리다보니 10년이라는 세월이 문명 이전의 세월처럼 여겨지기도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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