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받는 자와 선택하는 자 ├ 대중교통 이야기

오리 파견 근무 4주차.
예전에는 버스와 지하철로 이어지는 출퇴근 루트를 이용하였으나,
오리 파견 근무를 시작하면서 두 번의 광역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일산 중산에서 삼성 본관, 삼성 본관에서 분당 오리..
대략 6시 30분 경 집에서 나와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각이 8시 50분.

처음에는 한동안 최단 코스 파악에 열중했고,
조금 적응 후 무료함을 잠으로 달랬고,
2시간 내리 잠자는 것조차도 무료해서 책을 잡았다.
아무래도 구매 후 방치 중인 책들을 섭렵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좌석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니 엉뚱한 생각이 또다시 솟아오른다.
바로 좌석 선택의 문제다.

참 묘한 습성이 대부분 혼자 앉고 싶어한다는 것.
하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금새 옆자리가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두 개의 좌석이 모두 비어 있는 곳에 앉고 만다.

옆자리가 빈 좌석에 앉아서 과연 '누가 이 여정에 동반자가 될지' 기대한다.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중 누가 내 옆자리에 앉을까 궁금해 한다.
미모의 날씬한 아가씨를 내심 바란다. (유부남, 그들도 남자다!)
사실 그럴 확률은 열 번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담배 냄새 풍기는, 덩치로 밀어부치는, 거기에다가 기대기까지 하면서,
다리까지 벌리는 아저씨가 앉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 차라리 내 스스로가 짝궁을 선택하는 것은 어떤가도 생각해 본다.
종종 버스에 오르면서 옆자리에 앉아서 갔으면 싶은 상대가 있는 자리가 보인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라 멀쩡하게 두 좌석 모두 비어 있는 자리를 지나쳐
그 자리로 향하는 속내를 펼치지 못한다.
이 여자가 나를 흑심 품은 연필로 보면 어떡하냐는 체면치레를 한다.
어차피 그 자리에는 누군가가 앉을 게 뻔함에도 말이다.

이 과정을 여러 번 겪으며, '선택하는 자'와 '선택받는 자'에 대해 생각한다.
왜 선택하는 것에 대해 망설이고 사는 걸까?
왜 누군가가 선택해 주기를 바라고만 있는 걸까?

내가 상대를 선택하는 것이 맞을까?
안면에 철판 깔고?

- 간만에 영두리의 엉뚱한 생각.. -


덧글

  • 銀鳥-_- 2006/05/23 18:02 # 답글

    하지만 후에는 선택받을지 몰라도 우리는 자리를 선택합니다.
    빈자리요. :D
  • 영두리 2006/05/25 09:32 # 답글

    銀鳥-_- // 선택하고 살아야죠. 선택권이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자리로... 하지만, 선택받으면 그냥 그것에 안주하고 묻혀가기도 하네요. 은조님은 좋은 선택하시길... ^^
  • 영두리 2006/05/25 09:32 # 답글

    또 이오공감의 흔적에 올랐네요.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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