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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집이긴 하나 낡은 느낌에 두집살림을 시작했는데 미처 여기에 알리지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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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내 옆에 있는 사람 └ 독서 감상란


독감No. : 2016-05
도서명 : 내 옆에 있는 사람
저자 : 이병률
출판사 : 달


이병률 작가를 만나는 세 번째 책.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너무 가슴에 와닿게 봤고, 그가 동네 도서관에 강연 온다고 할 때 미리 예약해 두었다가 만나러 가기도 했었다.
이 책은 나보다 먼저 써니가 구입을 해서 선물한 책이다.

기대가 큰 탓일까?
전작들을 통해서 그에 대해 무뎌진 탓일까?
아니면 나의 감성이 빗겨나갔나?

이전 같았으면 페이지를 넘기면 몇 번 머뭇머뭇했을 텐데, 이번 책은 숙제 해치우듯 읽고 만다.
이상하다. 뭔가 빠진 느낌. 기교가 과한 느낌. 생각보다 와닿지 않는다.

봄날 다시 읽어봐야겠다. 
아마, 지금 영하 10도 아래를 꾸준히 유지하고 일주일째 시달리고 있는 내 심장이 얼어서일 수 있겠다.

글을 보다보면, 지금은 옆에 없는, 하지만 글에서 어렴풋이 누군가가 그려지는 사람이 있다.
글을 쓰게 하는, 술을 마시게 하는, 여행을 하게 하는, 허기(虛氣) 같은 사람이 있어 보인다.

이런 책을 읽고나면 글을 쓰고 싶고, 술을 마시고 싶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이 책이 허기(虛氣)를 부추긴다.



이 책에는 페이지수도, 목차도 없어서 발췌가 만만찮다.
아무튼 아래는 발췌글.


사랑도 여행도 하고 나면 서트르게나마 '내가 누구인지' 보인다는 것이다.  (사랑이 여행이랑 닮은 것은)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각자의 박자를 가지고 살며 혼자만의 시력만큼 살아간다. 우리는 그 모두를 겪겠다고 '인간 소믈리에'의 자격으로 태어간 것. 남의 '다름'을 한낱 '이상함'으로 보겠다는 포즈로 살아가는 한 우리는 세상의 여러 맛이 차려진 특급 식당에 입장할 권리를 잃는다.  (세상의 여러 맛을 보려고 사는 것 같아서)

단풍이 말이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남쪽으로 물들어가는 속도가 사람이 걷는 속도하고 똑같단다.(이 말들은 누구의 가슴에서 시작됐을까)

마취를 해도 마취가 안 되는 기억의 부위가 하나쯤 있었으면 한다. 그것으로 가끔은 화들짝 놀라고 다치고 앓겠지만 그런 일 하나쯤 배낭이라 여기고 오래 가져가도 좋을 테니. (중략) 조금은 벙벙해 있는 상태에 놓이는 것이 낫겠다. 그것이 가볍고 그것이 사무치게 자유롭겠다. (지금으로부터 우리는 더 멀어져야)

어지간히 따로 지내는 것이 아름답겠습니다.... (어지간히 따로 지내는 것이 아름답겠습니다)

그러니 내가 밑줄 친 사람이 되어주세요.어떤 일이 있더라도 감히 당신에게 그어놓은 그 밑줄을 길게길게 이어갈 것입니다.(매일 기적을 가르쳐주는 사람에게) 

술을 마신다는 것은 내가 젖는다는 것, 술에 취한다는 것은 내가 잠긴다는 것, 술이 깬다는 것은 나에게 도착한다는 것. 비 내리는 날에 음주욕구가 이는 것은 마음이 가려워서다. (이토록 서서히 퍼지는 광채)

알고 있겠지만, 여행은 사람을 혼자이게 해. 모든 관계로부터, 모든 끈으로부터 떨어져 분리되는 순간, 마치 아주 미량의 전류가 몸에 흐르는 것처럼 사람을 흥분시키지. 그러면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풍성한 상태로 흡수를 기다리는 마른 종이가 돼. (중략) 그래서 불완전한 자신을 데리고 먼길을 떠나. 그걸 순례라고 치자구. 나에게 순례는, 내가 나를 데리고 간 그 길에서 나에게 말을 걸고, 나와 화해하며, 나에게 잘해주는 일이야. (여행은 인생에 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 하지)

같은 상황이라 해도 봄에 보는 것과 가을에 보는 것은 다르다. 봄에 봐서 아련하다라고 반응하는 것을, 가을에 볼 때는 보고 싶다라고 중얼거리게도 한다. 봄에 피어난 꽃들에게서 뭔가를 수혈받는다면 가을에 떨어지는 것들 앞에서는 마음이 호릿해져서 뭔가 빠져나가는 기분마저 드는 것이다. 봄에 가슴 뭉글뭉글해지는 것이 가을에는 뭉클뭉클해지지 않는가 말이다. (좋아한다고 말은 했을까)

점선처럼 만나 실선처럼 하루를 보냈습니다. (사랑은 어디로부터 왔을까)

나라는 사람은 30센티에 불과하다고 평소에 생각했었으니까. (중략) 1밀리미터에서 시작되어 백 미터를 넘어 몇 킬로를 넘어 몇만 킬로까지 이어지는 눈금의 행진들. 그 눈금들이 촘촘히 만들어내는 마음 안의 파도들. 파도를 멈추게 할 힘이 있는가. 그럴 수 없어서 사랑이지 않겠는가. (잊지 못한다면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을 사려드는 이는 있지만 이별은 값이 엄청나서 감히 살 수도 없다. 그래서 이별은 사랑보다 한 발자국 더 경이에 가깝다. (사람이 꽃)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요.
내가 사람으로 행복한 적이 없다면 /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 내가 얼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

나에게 그 겨울은, 모닥불을 피우고 앉아서 얼음 유리창으로 세상 밖을 내다봤던 이글루 안이었던 겁니다. 내 옆에 당신이 있었던 겁니다. (그랬나요 몰랐어요)


[독감] 두번의 자화상 └ 독서 감상란


독감No. : 2016-04
도서명 : 두번의 자화상
저자 : 전성태
출판사 : 창비


참 매력있는 작가를 이제서야 뒤늦게 발견했다.
어느 기사에서 그를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로 거론한 것을 보고 메모해 두었다가, 지난 주 도서관에 들른 김에 빌려왔었다.

단편소설집이다. 작가의 20년 소설인생에서 두 번째로 엮어 펴낸 소설집이다. 
그는 이 소설집으로 올해 이효석문학상과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상을 받고 안받고의 문제는 중요치 않다. 책을 펼쳤는데, 확 끄는 그만의 매력이 있다.

그의 글은 참 조곤조곤하다. 엑셀레이터를 아주 살짝 밟아 등가속운동을 하고 있는 세단에 탄 느낌이다. 그다지 고급스럽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평범하고 꾸밈이 많지 않은, 호흡이 지나치게 짧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단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속삭임이 기복없이 재잘대며 다가온다.

그 와중에 하나의 형상을 둥실 그려낸다. 그 모습은 아프고 시리고 쓰린 군상일 때가 많다. 분단된 조국의 모습을, 치유되지 않은 광주의 기억을, 헤어나지 못하는 가난의 그늘을, 속절없이 지켜봐야만 하는 치매 어르신의 증상을, 감정을 섞지 않고 차분한 어조로 객관화하여 읊고 있다.


엄마와 밥은 마치 뇌에 저장된 기억이 아니라 가슴 같은 곳에 박히거나 뒤꿈치의 굳은살 같은, 기억과는 질적으로 다른 어떤 것 같았다. (중략) 나는 '기억하다'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라는 의미로 수없이 써왔을 것이다. 인간은 기억하는 존재이다,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소설은 기억의 산물이다라는 명제를 당위적으로 써왔다. 그 말의 진실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그 말처럼 뼈저리게 다가오는 말도 없었다. 기억이 없으면 그를 누구라 해야 할 것인가. 나에 대한 기억이 없는 어머니를 더 이상 어머니라 부를 수 있을까. (309쪽,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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