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락

어제, 맡고 있던 프로젝트의 최종평가가 있었다.
계약기간으로 따지면 9개월에 걸친 프로젝트이고, 준비기간까지 합치면 적어도 2년 남짓 되는 프로젝트가 일단락되는 순간이다.

그럴 계획은 전혀 없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마무리를 코 앞에 두고 꼬박 밤을 새웠다.
항상 따라다니는 그 무언가-이를테면 발표자료가 날라가거나, 인쇄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되거나, 시연용 시스템이 먹통이 되거나, 시연 서버에 문제가 생기거나-가 통과의례처럼 찾아왔다.
밤늦게 막차로 퇴근했던 팀원을 새벽 3시 30분에 전화해서 다시 회사로 호출하고, 4시에 집으로 출발해서 간단히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다. 운전하는 내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십사하는 기도가 이어진다.
그나마 치명적이지는 않아서, 그리고 모두 잘 대처해주어서 최종평가 발표시간 이전에 모든 보수작업이 마무리되었다.

프리젠테이션용 문서를 띄우고 발표자 자리에 나선다.
목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가 잠도 자지 않은 상태라 걱정이 앞섰는데, 발표 및 시스템 시연은 사소한 버그를 제외하곤 순조롭게 진행된다. 일단 한 번 말문이 터지니까 방언하듯이 줄줄 쏟아낸다.
그동안 걱정했던 것에 비해 만족스러운 발표와 평가결과가 나왔다. 큰 시름 하나를 덜었다.

오래간만에 빠른 퇴근을 해서 써니의 매장에 들렀다.
들어서자마자 커피를 찾는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각설탕 두 개.
눈치빠른 박선수가 조각 케익을 권한다. 피곤하고 우울할 때 제격인 티라미수 한 조각을 곁들인다.
달콤한 케익 한 입과 고소한 에스프레소 한 모금을 먹으니 그동안의 긴장이 풀리면서 나른해진다. 이제 좀 살 것 같다.

푹 잤다.
저녁 6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늦은 저녁을 먹은 후 다시 12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오늘 출근길에 사방을 둘러보니 온 천지가 가을색이다.
이번 주말은 가까운 근교라도 산책 좀 나서야겠다.
이러다가 가을이 허망하게 훅 떠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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